옥순룡-동그라미로 만나는 세상

조회 수 116 추천 수 0 2018.04.09 13:08:07

동그라미로 만나는 세상

옥순룡

 

어린 시절, 나는 삼천리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곤 했다. 그때는 중학교까지의 거리가 3km 정도였으나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버스를 타고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는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이후 군청이 있는 고현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오토바이를 거쳐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그런 나날 속에 내가 다시 산악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정년퇴임 후 운동을 좋아하던 나는 건강관리를 지속적으로 했다. 처음엔 계룡산 임도를 거쳐 정상 까지 오르내리는 등산을 시작했다.

 그때 산행을 하다가 임도 약수터에서 쉬고 있던 중에 산악자전거를 타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언뜻 보니, 경사가 심한 임도을 올라가는 터라 힘들게 보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단숨에 메타 세콰이어 숲까지 갔다가 왔다. 그러고는 자전거를 세우고 약수로 목을 축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자전거 운동한지가 얼마나 됐느냐 물어보니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전거로 단련된 몸이 남달랐다. 어딘가 모르게 단단한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산악자전거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산악자전거를 즐겨 타는 한 친구에게 이런 나의 심정을 고백했다. 그러자 그는 자전거가 2대 있으니 같이 운동하자고 했다. 그길로 나는 산악자전거 타기를 했다.

 처음엔 경사길을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쉬어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친구의 세심한 배려로 계룡산 고자산치 경사 길을 여러 번 오르내리곤 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단숨에 그 길을 오르내리곤 한다.

산악자전거의 묘미는 힘든 경사길을 오르내리는 데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다. 어떤 길이 주어져도 극기하는 터라 자신감도 길러진다. 게다가 성취감까지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조금 더 멀리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춘천에서 화천 파로호 붕어 섬에서 일박을 한 후, 100리길을 내달렸다. 호수 물안개가 죽을 끓이는 김처럼 스멀스멀 올라오는가 하면, 햇빛에 반사된 풍경이 병풍처럼 늘어서기도 했다.

화천 수력 발전소를 지나 강변 언덕길의 자유 수호 기념탑, 월하 시인의 시비 있는 곳까지도 오르내렸다. 처음 보는 파로호 호수는 바다를 보는 것처럼 시원했다.

호수 가장 자리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가을 호수의 아름다음을 한껏 더했다.

마침내 통일 전망대에서 삼척까지 동해안 국토종주를 했다.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일박을 하고, 통일 전망대 출입 신고소와 속초 연금정 인증센터 까지 86km 왕복으로 달린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 중에는 혼자서 타는 사람도 있었고 둘이서 타는 사람도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용감하게 혼자서 걷는 아가씨도 있었다. 건강한 세상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통일전망대에서 부산과 제주도를 돌아서 인천까지 갈 거라고 했다. 몹시 지쳐 보이는 터라 우리 일행은 먹거리를 건넸다.

그러고는 홀로 도전하는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를 강릉코스에서도 만난 것이다. 가족처럼 반가운 느낌이라 악수를 하고 다시 헤어졌다

 

자전거 종주를 하다보면, 그룹을 지어서 달리는 사람들도 만난다. 만날 때마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동질감을 느끼는 터라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할 때가 많다.

동그라미 두 개가 보여주는 세상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정동진 모래시계 주차장에서 차 박을 할 때였다. 그때 웬 젊은 부부가 우리에게 와서 말을 건넸다.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로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캠핑카 안을 보고 싶다고 했다. 시설이라고 해야 포터 탑차에 태양광 축전시설, 간이 펌프를 붙인 샤워시설, 그리고 합판으로 만든 잠자리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부를 들여다보며 부러운 눈치였다.

그러다가 우리는 자연스레 합석을 하면서 음식을 나누는 가운데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다.

삼겹살에다 술 한 잔을 나누는 사이에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들이 여기까지 온 속사정을 풀어놓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부부와 젊음을 나누면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자전거 종주를 하다가 보면 기약 없이 만나고 헤어지곤 한다. 오직 동그라미 2개로 달리면서 새로움을 꿈꾼다.

그런 까닭인지 춘천 의암호 자전거길에는 동그라미 2개로 세상 끝까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이 글을 기억하면서 나는 세상 끝까지 달려간다는 각오로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곤 한다.

 춘천에서 남양주까지 북한강 종주 자전거길86km를 하루 만에 달리는 진기록을 세우면서도 지칠 줄을 모른다.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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