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비와 조카

조회 수 20 추천 수 0 2018.09.30 23:16:14

아재비와 조카


                                        滸山  김현길



근자에 오른쪽 어께가 탈이 났다

여수백병원가서 시술을 받았다

대문중벌초시에 일가친척들이

6대조 이하 흩어져 있는 조상묘들을 

가족묘원 한 곳에다 모우잔다

벌써부터 마음먹었던 일이다

아무래도 자식 손자들에게 

예취기 짊어지고 산천을 헤매며 

벌초를 시킨다는게 부담되었던 것이다


고향 뒷산 

일가 친척들은 모두 객지로 떠나고

굽은 나무 선산지킨다고

늘 그랬듯이 해마다 인근 통영사는 당질이

벌초하러 오기를 기다린다

환갑진갑 다 지난  아재비 조카 단둘이서

이런저런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친구같이 사이좋게 벌초를 한다

큰어머니와 작은 어머니 묘는

도리도리 근처에 있다


어릴적 감회가 새롭다

큰집에 놀러가면 아래채에서 누에고치를

물레로 자사서 명주실을 뽑던 큰어머니 옆에서

따끈한 번데기를 주어 먹었다

일찍 돌아가신 숙모님도

 "공공 붙어라 싯게짤레 붙어라"

칠월의 골목길 햇빛도 졸고  

담장도 조는 그곳에서 

나는 잠자리 잡던 집게손으로 

토영장에서 숙모님이 사온 풀빵을 먹던

아직도 그 맛들이 입안에서 맴돈다


이렇게 유년의 추억을 회상하며 한 벌초가

어께의 탈이 생기겠끔 일조 했는지도 모른다 

가문의 장손인 조카도

책임감에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추석 날 합동으로 성묘를 하며 장손이 대신 선고를 한다

"할바시 조모, 어쩌면

새 아파트로 이사가야 할지 모릅니다."

한 때는 예초기를 지면

제 아무리 짙은 봉분도 겁나지 않았었는데

나도 이제 별 수 없이 늙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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