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조회 수 3178 추천 수 0 2005.02.19 20:04:08
이정순 *.161.149.205
산사로 들어선다.
진달래 붉게 타던 능선에는 푸른빛이다.
나뭇잎 가르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울퉁불퉁 솟은 돌부리를 피하며 걷는다.

법당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불법을 제대로 몰라
언제나 기도가 쑥스러우면서도 시시때때로 절 집을 찾는다.
포장 된 내 모습을 조금이나마 벗고
속세에서 지키지 못한 양심을 잠시나마 되돌아 보여서다.

일정한 간격으로 우는 풍경소리가 청아하다.
세상과 동떨어진 거리만큼
절 집의 조용함이 마음을 가라 앉혀줘서 좋다.
내려다보는 부처님의 눈길에 왠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인다.
타 들어가는 촛불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일어나 신발을 신는다.

이끼 낀 돌담을 지나 말쑥하게 비질 된 마당을 밟는다.
물 주전자를 들고 가는 젊은 비구니의 뒷모습에서
내가 알지 못할 고행자의 번뇌를 읽는다.

가벼운 합장으로 묵례를 하고
시선 둘 곳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세상과 마음으로 타협하지 못한 혼란스러움이 눌러 온다.
인간으로써의 이기와 욕심에 길들여진 부끄러움이
내 안에 너무 많이 자리하고 있진 않는지.

수시로 나 자신을 이길 수 없는 무거움에 눈시울이 뜨겁다.
어릴 때의 나는 어른들은 다 잘만 하고 사는지 알았다.
어른이 된 지금
아이 때보다 훨씬 당당하지 못하고 뒷걸음질치는 나를 본다.

야단 쳐주는 사람이 거의 없고
알아서 한 일이 시행착오 투성이라고 느낄 때 절망이 크다.
이럴 때 잘못을 지적해 주며
진정한 회초리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그립다.


조용원

2005.02.21 21:14:29
*.167.182.21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읽고 시조 한수를 적어 봅니다. 건필 하십시오.

산사의 추억

목탑이 한 입 한 입
저녁달 베어 먹고

흰 벚꽃 솔바람에
난분분 흩날릴 때

처연함
가슴 미어져
눈물 닦는 동자승



눈물에 젖은 돌탑
말없이 빙빙 돌며

휘영청 밝은 밤에
절 마루에 홀로서면


사념의
깊은 골짜기
가슴속에 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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