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굶은 핑계.

조회 수 4780 추천 수 0 2003.03.13 09:48:27
진의실 *.104.250.18


거제에서 제일 미남인(보고서야 비로소 알았지만) 양반이 초청한 모임이라
이일 저일 겸사겸사해서 남들보다 하루 빨리 거제를 향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제도의 入島는 다음날로 미루고 통영에서 일정을
보냈다. 통영은 내가 자란 곳이지만 어려서 떠나 생소하긴 해도 정이 가는
곳이다. 어영부영 설치다 보니 점심은 으레 건너뛰기가 십상인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고... 통영 시청으로 향토박물관으로 순룡님과 같이 뛰다 보니 형편이 그렇게 되었고...  
혼자 일찍이 모텔 방을 잡아 여장을 풀었다.
다리의 오금이 당기기 시작한다. 무려 6시간이 넘는 긴장된 운전도 있었지만 이젠
체력에서 조금은 문제가 있나보다.

남녁의 항구, 한국의 나포리에서 일찍이 저녁식사를 할 요량으로 원조 아구찜이란
간판을 보고 문을 두드렸으나 문이 잠겨있다.
이상하다? 아니다.  “아, 우리나라도 서양의 나라들같이 저녁은 시간이 되어야 문을 여나보다. 역시 우리도 선진국인 모양이다” 그런데 몇시에 문을 연다는 팻말이
없으니 약간은 덜 선진국 된 것으로 알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대강 6시 정도면 문을 열겠지” 하고 이젠 시간 보낼곳을 찾으니 마침 PC 방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들 틈에서 할배가 한시간을 넘게 보내고 다시 아구찜 집으로 가서 문을 당기니
열린다. :“이젠 되었구나”...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란 분이 손님들 테이불 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었다 일어난다. 나는 놀라 “영업 안하세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대답은 “합니다”
정말 황당하다. 떪은 감 씹은 맛이다.
손님을 어떻게 알면 이런 자세로 있단 말인가? 부스스 일어나서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솔직히 나는 되돌아 나오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 일어나게 한 것이 미안해서 음식을 주문
하였다. “아구찜 하나 부탁합니다”

그리고 음식점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메뉴판에 눈길을 멈추고 움칠하였다. 가격이 보통이 아니다.
아니, 이곳이 서울의 한복판도 아닌데 가격을 더 비싸니...
그렇다. 이건 우리 의식의 문제다. 서울의 일류집 아구찜 값이 어찌 중소도시나
어촌의 가격과 같아야 하는가?
서울의 땅값과 시설비와 종업원의 인건비를 합산해서 나온 가격과 같이 놀겠다니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나는 가격 대비해서 시설이나 서비스가 나쁘니 음식만은 좋은 것이 나올것이란 억지
춘향같은 생각을 하고 기다렸는데...

음식이 번개같이 나온다. 아! 불싸.
만들어 놓았든 것을 데워서 그냥 내놓는다.
이야기는 더 이상 생략한다.
음식을 다 먹었다. 왜? 맛있어서? 아니죠. 쓰레기 줄이고 돈이 아까워서...

“얼마 입니까?” 일만 육천원입니다“
두말없이 돈을 주고 나왔다.
이렇게 저녁을 해결 하였다.

내일 아침은 어쩐다?

아침 6시에 통영 대교를 찍기위해 차를 몰고 나섰다. 부두가를 가는데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은 “통영 할매 김밥” 이란 간판이다.
무조건 차를 세우면서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통영대교 찰영후 남망산 공원에서 일출
잡고, 그곳에서 김밥으로 아침 때리고, 충열사에 가서 참배 및 자료 찰영후 향토 민속관
관장님과 만나고 12시까지는 거제 시청에 들어간다....
나의 장점은 생각과 결단과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기민함에 있다는 것을 여기서
소개한다. 또한 지난후 가슴을 자주 치는 것도 사실이다.

“아지매, 김 밥 되요?”“하모요”
“얼만교”.  “삼천원 예”.  
“하나 주소, 그런데 그거 묵고 배 안고 플까?”
“괜찮을 깁니더”
나는 속으로 말했다. “늙은게 아귀같이 먹는것만 밝히는구나” 하고...

말로만 들었든 그 유명한 통영김밥.
이것이 또 나를 울린다. 김밥을 마는 것을 보니 그냥 맨밥을 김에다가 마는 것이 아닌가.
속이 없다. 그리고 나서 비닐에다 김치 몇 조각을 싸 주는게 전부 이다.
사람은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이 무식한 내 탓이다.

어두운 길을 돌아 돌아 통영대교를 찾아갔다.
다리를 통과하는데 대교를 밝혔든 불이 꺼지고 암흑 천지가 된다.
시간을 보니 아침 7시 정각. 그렇다, 그들은 아침 7시면 무조건 소등인 모양이다.

어둠속의 통영대교를 삼각대도 없는 내가 어떻게 사진을 찍나...
포기다. 과감히 미련없이 포기한다.
다음 목적지인 남망산 공원으로 달린다. 일출을 잡기 위해서다.
10여년 전에는 문화회관이란게 없었는데 근사한 서양식 건물이 남망산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충무에 땅이 그렇게도 없던가? 가난한 시의 재정 탓이리라...

통영이 낳은 청마 유치진의 詩碑도 간곳이 없다.
잘 다듬어진 깨끗한 공원이다. 이 순신 장군상 앞에서 일단 인사를 하고, 일출 찰영에 들어
갔다. 그러나 솔직히 일출쪽의 경관이 조금 마음에...
대신 남쪽을 바라보는 장군의 얼굴에 비치는 붉은 태양을 잡았다.

차 안에서 유명한 통영 할매 김밥을 씹는다.
오로지 생존을 위한 식사일 뿐이다.
이건 분명히 일본의 게다짝 김밥 보다 못하다.
질과 맛과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젠 할매 김밥도 배 고픈 시절의 김밥에서 달라져야 한다
.
충열사로 간다. 그곳도 달라졌다. 주차장을 새로 근사하게 만들어 놓았다.
충열사 관리인은 참으로 부지런한 분이다.
벌써 깨끗이 경내 청소와 참배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향을 피고 절을 올린다.
그리고 방명록에 이름 석자를 남긴다.
내 이름 옆의 분들의 이름은 보니 섬나라 사람들이 와서 인사를 드렸다.
기특한 일이다.
돌아 서면서 문뜩 떠오른 생각...
어제 어느분이든 연락이 되면 한삼섬에서 차 한잔 한다했는데, 그것도 불발로 끝났고, 오늘
아침도 더 이상은 생각이 없으니 차라리 내 차 값과 아침 식사를 이것으로 대신하면...
주머니를 뒤져 헌금함에 넣는다.
오늘 아침은 정말 마음 부른 식사를 했다.

이게 아침 굶은 핑계라고나 할까?
옛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다.
우리 음식은 아침에 먹을 것이 없다. 중소 도시는 더욱 그런 사정이다.
아침 6시부터 여는 식당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 나라 사람이 이러니 외국인들은 어떨까?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싼게 비지떡 이라고 언제 제대로된 음식에 제값을 받을 때가 올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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