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 쓰는 법(수필)

조회 수 5072 추천 수 0 2007.07.09 12:21:25
김현길 *.78.219.35

  
나만의 시 쓰는 법




                                                                                    김현길

나는 솔직히 시가 뭔지 잘 모르면서 그동안 시를 써 왔다.

왜 시를 쓰냐고 누가 물어 본다면 딱히 할 말은 없어도, 그냥 운명처럼 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밤하늘 별자리를 보며 눈물을 찔끔거린 적이 있었다. 남자애가 청승맞다고 할까봐 얼른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 곤 했다. 근래에 와서는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할 때나,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도 눈물을 찔끔 그렸다. 민망하게 손으로 닦는 것을 보다 못한 중학생인 아들놈이 아예 휴지를 통째로 슬그머니 밀어 놓기도 했다. 아들 눈에 얼마나 채신머리없는 아버지로 보였을까? 이런 감성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언제부턴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시 쓰기는 돌탑을 쌓는다는 심정으로 썼다. 수석 인들이 좋은 돌을 찾아 전국의 산천을 누비듯이 시어를 찾아 열심히 내 영감의 강가를 뒤적였다. 탑을 쌓을 적에 맨 아래쪽 돌은 크고 반듯한 것을 놓았다. 그 다음으로 모양과 크기를 맞추어 차근차근 쌓아 나간다. 밑돌이 오랜 세월을 거친 이끼 낀 돌이면 윗돌도 그에 맞춰서 이끼 낀 돌을 놓았고, 만약에 이끼 낀 돌이 없어 최근에 채석장에서 깨어져 나온 새 돌을 놓았다 치면, 순수 우리말에 꼭 외래어를 섞은 것처럼 조화가 맞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모양도 같아야 하지만 색깔과 풍기는 향기마저도 같아야 한다.

 

그래서 밑돌이 새 돌이면 윗돌도 새 돌만을 골라 놓았다. 돌과 돌 사이를 대충 눈대중하고 제대로 맞지도 않은 것을 엉성하게 올려놓았을 적에 그 탑이 오래토록 무너지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겠는가? 더 이상의 표현이나 비유가 없다고 판단 될 때에 비로소 문장에서 눈을 떼었다. 정성들여 쌓은 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허물어서 다시 쌓기를 반복했고, 그러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튀어나오고 각진 부분을 정으로 다듬었다. 탄탄하고 잘 다듬어진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 없이 많은 습작이 필요하듯이......,

 

탑은 꼭 크고 웅장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작고 아담하면서 날씬하고 소박해야 한다. 획일적이고 밋밋한 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흥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도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여 감흥을 주어야하고, 때로는 진솔하면서 날카롭게 세상을 비판 할 수도 있어야 한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는 말이 있다. 내가 쌓는 탑도 이와 같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

평소 우리들이 흔하게 쓰는 언어가 때로는 멋진 시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각으로 된 크고 웅장한 상징탑이 있는가 하면, 큰 스님들이 입적하신 후 사리를 모신 부도 탑이 있고, 작은 돌멩이로 된 뭇 사람들이 하나하나 올려놓은 소원 탑이 있듯이, 돌탑의 종류에 따라 여러 형태의 다양한 돌들이 필요로 하다. 이처럼 평범한 언어 일지라도 화자의 철학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돌탑은 감은사지의 삼층 석탑이나 불국사의 석가탑 같이 빼어나지는 못해도, 내 영감의 강가에서 찾은 순수한 돌로 아름다운 돌탑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설령, 내가 쌓은 이 탑이 성황당 고갯마루의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돌무더기 같은 탑일지언정, 나의 탑을 아끼고 사랑하리라!

 

나는 평소에 시가 있어 늘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쌓는 이 시의 탑이 많은 사람에게 작은 감동이나마 줄 수 있게 오늘도 열심히 쓰고 또 쓴다.

 

 

 

 

 

 

 




  

  


옥순룡

2007.08.09 08:46:31
*.104.250.22

김시인님의 창작 철학을 잘 읽었습니다.
좋은시 많이 쓰시고 항상 건강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날씨가 무척 습하고 더워서
건강을 잃기가 쉽습니다.
둔덕골 내천에 등물치고 아름다운 여름나시기 바랍니다.

김현길

2007.08.10 15:54:42
*.220.163.110

과장님도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저가 시집을 내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과장님에게 전해드려야 도리인데, 먹고 산다고 차일 피일 늦었습니다.
수일내로 시청에 방문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옥순룡

2007.08.13 10:53:55
*.104.250.22

고맙습니다.
항상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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