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사진기(시사문단 등단 수필)

조회 수 5349 추천 수 0 2003.03.06 22:21:23
아버지와 사진기
                                                                              옥순룡
그때가 내 어렸을 적 1964년쯤으로 기억 된다. 그때는 아버지께서 요즘처럼 가게를 차려놓고 사진업을 하신 것이 아니고 가정집에서 사진 영업을 하실 때의 일이다.
마그네슘으로 "펑" 하고 나무다리로 된 사진기에 결혼식 촬영을 하는 것을 한두 번 정도 본적이 있다.
그때는 너무나 어렸을 적 기억이므로 사진을 그렇게 해서 찍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찍은 사진을 아버지께서는 암실이 없어서 집 장롱 속에서 작업을 하고 조그마한 액자에 필름을 넣어 햇볕이 잘 드는 뜰에 잠시 세워 햇볕을 쪼였다가 다시 장롱 암실로 들어가시더니 사진을 가지고 나오셨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무수히 많았다 이건 못쓰겠어! 이건 잘됐군 ! 하시면서 잘못된 사진은 그냥 쓰레기통에 모아 아궁이에 태우곤 하시는 것을 보면서 나와는 아무 의미나  상관없는 일로 그렇게 지내왔는데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집에 와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고 장롱속의 렌즈가 두 개 끼워져 연결된 사진기가 눈에 들어 왔다.
호기심이 발동해 아버지께 야단맞을 불안한 마음이 밀려왔으나 만지고 싶어 참지 못하고 장롱 속에 있던 사진기를 꺼내 뒤뜰 창문을 열고 미루나무를 사진기로 보니 나무가 거꾸로 서서 바람에 흐늘거리고 있는 것이 사진기 화면에 들어 왔다 .
너무나 신기해서 렌즈를 이리저리 돌려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 댔다 필름이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신나게 찍어 놓고 그냥 모른 체 사진기만 다시 장롱 속에 넣어놓았는데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께서 사진기를 보시고 노발대발 하시어 며칠 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보내던 걸로 기억된다.
그때는 필름과 인화지가 많이 보급되지 못한 시절에 필름 한 통을 다 소모했으니 야단맞을 수밖에, 그때는 사진 소모품이 또한 고가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사진으로 가계 생계를 꾸려 나갈 때였으므로 당연히 아버지께서는 화가 나셨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나로서는 어찌하던지 신나는 일이었지 않나 생각 한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만 외출하시면 그 카메라를 끄집어내어 사진 찍는 연습을 하곤 했으니 내가 사진기를 접한 것은 10살 때부터라고 생각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버지 밑에서 사진 일을 배우던 사람이 사진 기자재를 몽땅 훔쳐 달아나버려 아버지는 사진 일을 그만두시고 농부로 전략하는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  당시는 카메라 한 대 값이 논 몇 마지기 값과 맞먹는 시대였으니 사진 일을 놓게 된 원인 이었다 그 영향으로 우리 집은 풍족하게 살아 갈 수 있었던 환경이 일순간에 변해 여지없이 망가지고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로 바뀌었다.
나는 어느새 농사꾼의 아들로 사주팔자가 변해버렸던 것이다. 그 당시 농사 짖던 논마지기도 아버지께서 사진 일을 하셔서 번 돈으로 장만한 논이라니까 사진에 대한 부가가치가 그 당시에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아버지께서는 사진 일을 형님이 하는 것을 어깨 넘어 배웠다고 하셨다. 백부께서는 일제말기 부터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진기와 아코디언(손풍금)을 만지면서 젊은 시절을 보낸 멋쟁이 총각이었다. 백부께서는 한국 전쟁이 발발하여 군 입대하여 전쟁 중 전사 하셨다.
내가 사진기를 처음 접한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시절까지는 흑백사진이 주종이었으며, 칼라 사진이 거제에 등장한 것이 1974년쯤으로 기억 된다. 정확한 년도는 모르지만 그 때는 주로 사진관에서 사진기를 빌려 촬영을 하곤 했다
본격적으로 내가 사진기를 만진 것은 아버지께서 건축업을 하셨을 적이다 1982년쯤의  어느 날 아버지께 내가 사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내가 결혼해서 성륜이(아들)를 낳고 애 크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싶어서 그렇게 혼자 말 처럼 이야기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팬탁스35미리 사진기와 후렛쉬 한 세트를 사가지고 오셨다.
아버지는 사진기가 귀한 시절이었는데 내가 사진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외국으로 왕래하면서 상선을 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 왔다고 일러주셨다.
그 당시에도 사진기는 귀한 장비여서 일반인들이 가지기에는 무척 어려운 시기였다. 나는 찍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군청 공보실의 사진 담당 공무원에게 사정해서 겨우 한 커트 정도 촬영하곤 했었다.
그때의 그 기쁨이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하늘을 나는 행복감 이었다. 나는 사진기를 가진 이후부터는 아들 커 가는 모습에서부터 각종 기록 사진 행사 사진 등 일상을 가리지 않고 많이 촬영했다.
그러면서 차츰 사진기 다루는 기법과 앵글 잡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1988년부터는 NIKON FM2 기종을 35-70 렌즈와 구입하여 사진을 찍기 시작하여 1988년 첫 해 사진전에서 입선을 시작으로 1999년 한국 사진작가 협회에 명실 공히 사진작가로서 등단 할 때까지 줄곧 FM2한대로서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러나 활동하는데 35미리로는 한계를 느껴 나중에는 PANTAX645N을 구입하여 중형 카메라로 촬영을 하였다. 난 사진을 시작한 동기도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는 출사를 갈 때마다 장비를 챙기는 동안 장롱에서 오래전에 아버지께서 사진작업을 하시던 기억을 하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도 취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일이 없을 때 카메라를 들고 산과 들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식솔들을 위해 그럴 수 없으셨다. 그땐 끼니를 잇기 위해서도, 모든 것을 식솔들을 위해 농사일에 다 바쳐야 하는 때였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아버지는 장롱 속에 사진기를 넣어두시는 대신 그곳에 땀 흘린 청춘을 넣어두셨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끔 출사를 위해 장롱 속에 사진기를 꺼낼 때마다 그 당시 가난을 이겨낸 아버지의 청춘을 꺼낸다고 생각 하곤 한다. 거기 에는 세월이 지날수록 명기처럼 빛나며 그 가치가 더 해지는 아버지의 청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장롱 속에 무언가를 넣어놓을 때다. 아버지는 어느 날 묵은 이불을 꺼내시다가 자식이 넣어둔 그 무엇 인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시거나 웃으시거나 한동안 말이 없으시거나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아마 아버지의 성실한 삶을 이어받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아버지께서도 연로하시고 해서 이왕이면 더 연로하시기 전에 흑백 사진 인화 방법을 수동으로 작업하는 법을 아버지께 직접 배울까 생각한다.
사진을 놓으신 지가 수십 년이 지났지만 흑백 사진 인화하는 방법을 옛날 식 그대로 기억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후배의 입장에서 배워 사진을 아끼고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의 진솔한 삶을 살고 싶다. 오늘은 아버지의 사랑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옥순룡 약력
ㆍ1955년 거제출생
ㆍ창신대학 문예창작학과졸
ㆍ월간거제 해외여행기 연재작가
ㆍ거제포토갤러리 운영자
ㆍ창작문학 편집위원
ㆍ거제수필문학회회원
ㆍ거제문인협회 회원
ㆍ거제시청 조선관광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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