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바다 예찬(수필)

조회 수 131 추천 수 0 2018.09.15 17:03:39



거제바다 예찬

                                            滸山 김현길


  거제도는 남색 치마를 둘러 입은 어머니 같은 섬이다. 거기에다 신. 구 거제대교라는

두 개의 밧줄로 단단히 통영과  비끄러매져 있다. 또 반대편에는 거가대교가

유호의 치끄트머리에서 부산 가덕도를 향해 사장교를 걸치고 침매 터널을 뚫어

단단히 결속시켜 놓았다. 마치 옛날 무논 종판에 새를 쫒는 팔랑개비 매처럼 매달려 있다.

거제는 아름다운 포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 포구마다 새의 날개짓처럼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인지 거제 섬을 우리 조상들은 새에다가 곧 잘 비유한 것 같다.

 한자로 된 거제 지명을 풀이 해 보면 사등면 오량(烏良)은 어진 까마귀이다.

거제면의 오수(烏首)는 까마귀 머리로서 으뜸이라는 뜻이란다. 연초면의 오비(烏飛)는

날으는 까마귀다. 연유를 알아보니 연초면 오비 한내 앞에 송장여가 있고,

한내 뒷산인 수리봉이 까마귀형상이라 앞바다에 있는 송장여를 향해 날아가는 형국이란다.

동부면 가배를 옛 지도에 보면 오아포(烏兒浦)라 하였는데, 가배만의 오른쪽 끝인 함박금과

왼쪽 대홀개의 땅끝이 길게 뻗어 까마귀가 날개를 펼친 것 같아 완벽한 포구라는 뜻이란다.

조선시대에 삼도수군 통제영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거제면 소랑포에 가면 남쪽 사삼곶

동쪽에 까마귀가 송장을 파먹는 형국의 뾰족한 땅 끝을 까마귀곶이라 부른다.

 이렇게 거제는 까마귀를 비유한 지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또 닭에 얽힌 지명을 보면

사등면 신계(新鷄)마을이 있고, 가조도에 계도(鷄島)마을이 있다. 장목면 외포에도

대계(大鷄)마을과 소계(小鷄)마을 이 있다. 거제도에는 역대로 두 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그 첫 번째가 대계마을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탄생하였다.

궁둥이처럼 툭 불거져 나온 것을 보통 ‘곶’이라 하고, 움푹 파여 들어간 곳을 ‘구미’라 한다.

곶으로는 해금강이 있는 동갈곶이가 있고, 서갈곶은 사등면 청곡에 있다. 남쪽은 거제면

아지랑곶(어구와 법동사이)에 있고 북갈곶이는 장곶(칠천 어온리)에 있다.

 또 내도를 맞쳐다 보는 곳에 공곶이라는 거제의 마지막 오지가 남아 있다. 해금강을 갈도

라고도 하는데  갈곶의 갈자는 칡을 말하고,

소랑포의 사삼은 더덕을 말한다. '구미'는 꾸미~꿈~기미~구지라 발음의 편리상 변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수가  매우 많다. 가실바꾸미(장승포와 옥림사이), 예기미(일운면 예구),

미날기미(남부면 쌍근), 도토구지(저구리) 동부면에 가면 고동기미(수산),

함박구미(가배동쪽), 쪽박구미(가배동쪽)가 있고, 놀(노을)구지(거제면 법동), 둔덕면에는

맞바꾸미(녹산동쪽), 진작구미(화도), 미영밭구미(화도), 동랑구지(호곡과 술역사이),

방답구미(꿈) 등이 있다.

  아주(鵝州)지명을 보면 거위 아자를 썼다. 한편으로 거제섬을  거위에다 비유하였음을 알

수있다. 또 불교에 나오는 금시조(金翅鳥)에 비유하기도 한다. 혹자는 쌍바리(불가사리)를

닮았다고 한다. 거제를 연연 칠 백리이고 굽이굽이 삼오백리라 해안선 길이만 보면 제주도

보다도 더 길다. 그래서 거제주도란 말도 생긴 것 같다. 지인 한분이 둔덕면 방답에서 바라본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자기가 가사를 짓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기에, 내가 나고 자란

곳이라 석양이 질 무렵에 일부러 가보았다. 평소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석양인데 과연

 딴녹섬 앞에 빠진 낙조가 장관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벚꽃나무 가로수와 그 사이로 관목인 동백나무가 빈틈을 막고 있었다.

가로수가 없는 곳은 소나무 숲이 재차 가렸다. 나는 불현듯이 생각이 떠올라 일운면

황제의 길로 가 보았다. 그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에는 이 길을 목적지만 향해 무심히

달렸었는데, 오늘은 안타까울 정도로 바다경관이 막혀서 잘 보이질 않았다. 시비동산에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시비를 둘러 본 다음 옆 정자에 올랐으나  바다조망은 나무가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간 날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먼 바다에서 너울이 밀려와 윤돌섬

주위는 마치 강냉이 볶음을 튀겨놓은 것처럼 새하얬다. 바위에 부딪히는 포말이 어릴 때

박상 기계에서 막 부풀어 자루를 삐져나와 솟구치는 하얀 강냉이 같았다.

밑으로 내려 겨우 까치발로 볼 수 있었다. 이디오피아 황제가 일곱 번이나 원더풀을

외쳤다는 곳이다. 저런 경치를 못 보다니...

  평지마을에서 학동재를 넘어 오며 학동만을 조망하는데도 나무들이 시야를 많이 가렸다.

율포에서 저구로 넘어가는 길 위아래로 펼쳐진 원시림을 보고 처음 거제를 찾은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래도 부춘고개를 넘어 저구를 향하는 고갯길은 장사도가 훤히 조망되고

시야가 확 트여 좋았다. 길가에 수국들이 이국적이다. 유명관광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그 외에는 예외 없이 갑갑하게 막혀 있었다. 요즘은 자동차 시대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거제도를 일주 할 때도 있고 자가용 승용차로 둘러 볼 때도 있다.

혹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아베크족들도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바다를 조망한다. 그래서 바다경관을 가리는 가로수나 불필요한 나무는 제거 하거나

솎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보고 즐겨야 할 거제도의 관광이

갑갑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들어서야 되겠는가?

  거가대교가 바라보는 유호, 농소의 꿈꾸는 듯한 바다와 먼 수평선이 바라보이는 덕포와

옥포의 대우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능포의 양지암과

옥명의 새벽 장닭 울음과 몽돌 구르는 소리와 함께 솟는 아침 태양을 한 번이라도

바라보라, 다시 엄마의 자궁 속 같은 장승포항을 지나간다. 지심도가 보이는 옥림의

배숲개와 지세포, 그곳은 려몽연합군 900여척 함선들의 돛대에 앉았던 갈매기가  시공을

넘어 날고 있었다. 와현의 산길을 돌아 서이말 등대에 서서 바다가 어떤 것인가를

감상해보시라. 구조라며 망치며 검은 보석이 깔린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우리의

자랑인 해금강을 바람의 언덕을 다대와 여차해변과 천장산 천길 엉장에서 바라본

현해탄은 또 어떤가? 한 마리 물새가 되어 먼 바다를 훨훨 날고 싶은 충동이 일다가,

영화 속 빠삐용이 뛰어내리던 장면이 상상은 꼬리를 문다. 손대도인 대 소병도의

해무는 또 어떻고...

  매물도의 등대는 동화 속 그림이다. 망산 일곱 돌부처가 석양에 물이 들 때면, 홍포의

꿈을 꾸는 듯한 낙조와 소주도로 서서히 사라지는 태양. 이 물새들의 고향인 아름다운

거제의 놓칠 수 없는 풍광들, 대포와 근포를 거쳐 저구와 명사 해수욕장을 돌아

가배와 영월 거제만과 옷바위 등은 아득하기만 하다. 아지랑, 어구, 녹산, 호곡의 겨울

바다에는 홍돔 떼가 알까고 지나간 자리에 금비늘만 무수히 반짝인다.

술역 동랑구지와 작은진 언덕배기에서 바라 본 풍광은 나그네의 발길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학산과 아사를 거쳐 광리의 왜성 버등에서 바라본 방화도를

감싸고 있는 윤슬은 사람의 혼을 쏙 빼 놓는다.

  신 구 거제대교를 보며 괭이바다와 가조도에서 바라본 고개도의 현란하게 일렁이는

낙조며, 사두도가 있는 사곡만 거대한 삼성조선소의 고현만을 돌아 오비와 석포를

돌면 하청 실전과 칠천도 씨릉섬에는 정유재란의 조선수군의 노젓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의 경관을 가진 거제섬 사람들은 정작 좋은 줄을

모르고 산다. 여행 마니아인 어느 지인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우리 거제만큼

실증나지 않고 빼어난 리아스식 경관은 없다고 한다. 이제라도 여유를 갖고 거제를 한

바퀴 둘러보자 우리가 사는 거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것이다. 남쪽은

장엄하다가 서쪽은 아련하다가 동쪽은 황홀하다가 북쪽은 평온한 호수 같다. 

  거제바다의 다양한 경치는 현대사회의 찌든 우리의 영혼을 위무해줄 것이다.

높은 가로수는 심되 사이에 관목을 심어 경치를 가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말자.

남부면의 수국 같은 키 낮은 꽃나무를 식재하여 아름다운 바다를 원 없이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소나무나 활엽수는 과감하게 베어내거나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조선경기의 불황까지 겹쳐 어렵고 힘든 거제의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때에 파란하늘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조물주가 준 천혜의 바다경관을

보며. 관광 거제를 꿈꾸며 새롭게 부활의 날개 짓을 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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